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물적분할을 확정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국내외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도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일대에는 28일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은 전날 이곳을 기습 점거한 뒤 이틀째 농성을 계속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회사 측의 퇴거 요청에도 노조는 건물 주변에 설치한 천막과 깃발, 플래카드 등을 철거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날 노조 간부를 포함한 20여명의 조합원을 불법파업 및 폭력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는 한마음회관을 대상으로 시설물 보호 요청을 한 상태다. 울산지방경찰청은 대구와 경북·부산·경남경찰청 등 인근 지역에서 기동대 15개 중대를 지원받아 한마음회관 인근에 모두 19개 중대 2000여명을 배치했다.
회사는 물적분할 이후에도 단체협약 승계, 고용안정 등을 약속하며 노사 합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사실상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시주총 때까지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위해선 국내외 관계 당국의 기업결합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올해 말 인수 절차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기업결합심사는 현재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국가는 많게는 30개국가량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물적분할이 진행돼도 기업결합심사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절차가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도 지난 27일 서울 서초동 엘타워에서 열린 ‘조선해양산업 발전협의회’ 창립식에서 “기업결합심사 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마무리 시점은 내년 초로 보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만간 진행될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장실사에 대비해 자체 저지단을 꾸려 옥포조선소 출입문 6곳에 배치했다. 현장실사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대우조선해양 M&A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민주노총 간부들에 대해 이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2일 종로구 현대사옥에 강제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관 폭행, 시설물 훼손 등 불법 행위를 주도한 금속노조 간부 A씨에게 다음 달 3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채증자료를 토대로 다른 조합원들의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소환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국회 앞에서 세 차례 열린 집회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민노총 간부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세정 최예슬 기자, 울산=조원일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