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 30주년을 맞아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정부에 공개적으로 전교조의 재합법화를 요구하고, 여러 진보성향 교원·시민단체가 릴레이로 이에 동참하는 등 한껏 세 과시를 하고 있다.
28일 열린 전교조 결성 30주년 기념식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교육감 세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전교조를 ‘정책 파트너’로 추어올리던 교육부는 립 서비스 한번 없는 침묵 모드다. 왜일까.
교육계에선 교육부와 전교조 지도부가 갈등 관리 중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이 비준되더라도 교원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재합법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 전에 정부가 직권으로 재합법화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전교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전교조 본부를 직접 찾아 파트너십을 강조한 바 있다.
교육부는 전교조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도교육감 가운데 전교조 출신 인사가 무려 10명이다. 전교조 출신은 문재인정부에서 교육부 내부는 물론이고 대통령 직속인 국가교육회의 등에 포진해 있다. 특히 시·도교육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전교조의 조직력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교육부로선 시·도교육감 협조를 얻지 못하면 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교조 또한 신경써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전교조 편을 들어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도 달갑지 않다. ‘안티 전교조’ 진영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온건파 지도부가 들어선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으로 평가받는 전임 지도부는 ‘기승전 법외노조’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재합법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권정오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는 다른 교육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교조가 비록 법외노조 상태지만 단체협약이 가능하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임자도 인정되고 있다.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도 전교조 내부의 강경파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교육부와 갈등 관리를 하면서 실익을 취하는 입장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전교조가 30주년을 맞아 발표한 문서를 보면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긴 하지만 교육부를 직접 비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