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봉 4000만원, 웹개발자 채용 알려줘.’ 컴퓨터에 설치된 인공지능(AI) 챗봇에 키보드로 몇몇 키워드를 입력하자 희망임금·지역·직종에 맞는 채용공고 78건이 모니터에 떴다. 지역과 연봉 등 조건을 바꿔 넣자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 선보인 AI 챗봇 ‘고용이’는 젊은 구직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취업박람회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AI가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구직자의 적성을 알려주고, 학력과 자격증, 지원 분야를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기업을 알아서 ‘맞춤형’ 추천해준다. 학력과 스펙 위주의 채용에서 인성과 직무에 대한 관심도를 중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제1차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는 첨단 취업박람회 시연의 장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단연 AI였다. ‘AI현장매칭’ 부스에서 만난 백주연(19·광주 송원여자상고)양은 “관심 분야와 자격증, 학력을 컴퓨터에 입력하니 AI가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중 가장 잘 맞는 업체들과 자동으로 매칭해줬다”며 “박람회에 오면 규모가 너무 커서 어디부터 알아봐야 할지 몰랐는데 AI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취업박람회장 내 기업 부스 곳곳에선 ‘학력 무관’ ‘고졸 이상’이란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인사담당자들은 저마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보다는 ‘직무이해도’와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의 면접 트렌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모의면접 부스에서 만난 안광춘(42) 마스크팩토리 이사는 “최근 기업들이 학력만 좋고 직무에 대한 이해가 낮은 ‘헛똑똑이’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륙양용 자동차를 생산하는 지엠아이그룹의 이성준(40) 대표도 “요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봐도 다들 ‘인성’을 최우선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즉시 채용하는 기업도 더러 있었다. 가스정화장비 업체인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의 강명재(43) 대리는 “구직자와 대화를 해보니 우리 회사에 대해 이미 알고 온 군인 2명이 있어 이력서만 보내면 바로 합격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는 KB국민은행이 선정한 우수기업과 글로벌 기업, 대기업 협력사 등 250여 업체들이 참가했다. 방문객 중에는 대학생보다 전문고·특성화고에 다니는 고3 학생들과 전역을 앞둔 군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잡(JOB)콘서트’ 강단에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릴레이 강연을 이어갔다. 이미지 메이킹, 취업면접 요령 등 주제는 다양했다.
이번 박람회는 29일까지 이어진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개막식에서 “이번 행사가 구인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더 나은 도전과 기회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