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투자자를 겨냥한 ‘구애 작전’에 돌입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직접 각국을 돌며 ‘해외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는 국가로 투자자를 초청해 경영 성과를 보여주는 행사도 잇따라 열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실적보다 낮게 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인수·합병(M&A)에 쓸 ‘실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9일부터 3박4일로 일본 도쿄와 홍콩에서 해외 투자설명회(IR)를 가졌다. 지난 1월 지주회사 재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 ‘글로벌 세일즈’였다. 손 회장은 IR 일정 내내 주요국 국부펀드, 대형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과 20차례 미팅을 가졌다. ‘1대 1 면담’을 요청하는 투자자들도 모두 만나 상담을 진행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해외 IR에서 향후 성장성과 지주사 포트폴리오 확대 방향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오는 8월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 IR을 떠날 계획이다.
다른 금융지주 CEO들도 연이어 ‘순방 경영’을 떠나고 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NH투자증권의 해외 IR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7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러 기관투자가를 직접 만나고 미국에 있는 점포도 방문할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2~17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서밋’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투자자를 특정 국가로 초청해 글로벌 경영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내 및 해외 기관투자가, 애널리스트 2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자 초청행사(Investor’s day)’를 열었다.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담당자(CFO) 등이 신한은행, 신한베트남은행의 실적 등을 직접 설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이 베트남에서 잘한다는데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라고 궁금하게 여기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베트남에서의 성과와 향후 성장 방향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들이 ‘글로벌 큰손’ 찾기에 나선 것은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는 주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기존 외국인 투자자들과 우호 관계를 다지고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도다. 손 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IR 직후인 지난 23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비(非)은행 부문 M&A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도 해외 투자자가 필요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최근까지 대형 M&A를 이어오며 자본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 글로벌 투자자금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M&A를 위해 해외 투자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금융사의 해외 IR은 올해 하반기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