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은폐… 인보사는 ‘제2 황우석 사태’

입력 2019-05-28 18:57 수정 2019-05-28 21:13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결국 허가취소됐다. 이 약은 ‘세계 최초로 연골세포로 연골을 치료한다’는 효과를 내세웠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처음부터 해당 기술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 바이오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무능이 빚어낸 대국민 사기극이다. 관절염 환자를 비롯한 국민의 신뢰를 노골적으로 농락한 것이어서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부를 수 있다. 자료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허가한 식약처에도 감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28일 충북 오송 식약처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보사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며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 식약처는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가 검출됐다”며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때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또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 전 2액 세포에 삽입된 유전자 수가 변경된 사실과 허가 다음날 코오롱티슈진에서 2액 성분이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며 고의로 이런 사실을 은폐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입장문을 내고 “품목허가 제출 자료를 조작 또는 은폐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대상자에게 약물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 등 현재까지 안전성에 큰 우려는 없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며 투여 환자에 대해 15년간 장기추적조사를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허가 과정의 잘못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을 향한 사과도,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말도 없었다. 앞서 식약처는 인보사의 연골 재생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했음에도 통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며 시판을 허가했다.

이번 일은 나라 밖에서도 망신을 초래했다. 2016년 이뤄진 코오롱생명과학과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간 인보사 기술 수출 계약은 2017년 12월 파기됐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코오롱생명과학에 계약금 반환 소송을 청구하면서 2액의 성분변경 사실을 계약 취소 사유에 추가했다.

사태는 검찰 수사와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 투여 환자 244명을 대리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인보사 투여 비용과 위자료 등을 합해 청구된 금액만 25억원이다. 오킴스 측은 “부모님 ‘효도선물’로 700만~1500만원의 큰돈을 들여 투약을 권했지만 그게 부모님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소송 제기 배경을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42명도 코오롱티슈진과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65억원 규모) 소장을 전날 같은 법원에 냈다.

김영선 이가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