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가 조건과 제한을 앞세우다 새만금산업단지에 들어오기로 한 대기업을 놓친데 이어 또 향토기업을 떠나보낼 위기에 처했다. 유망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높아지고 있다.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전북상협)는 군산의 닭고기 가공업체인 ㈜동우팜투테이블이 새만금산단으로 공장 신설과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에 막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북상협은 이날 새만금산단의 입주 제한 업종의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새만금개발청을 비롯한 관련 부처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동우팜투테이블은 지난해 3월 새만금산단 임대 용지에 3000여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13만여㎡의 부지를 지원해 줄 것을 새만금개발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산업단지 관리 기본계획을 강화하면서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새만금개발청은 염료와 안료, 피혁, 염색, 석면, 도축업종, 시멘트 제품 제조업, 아스콘 제품 제조업 등의 입주를 제한한다고 고시하면서 추가로 ‘제조공정 상에 상기 제한업종이 일부라도 포함되는 경우에도 입주를 제한한다’고 못박았다.
전북상협은 “㈜동우팜투테이블이 닭을 도축하는 것은 맞지만 이후 가공 분야가 훨씬 많은데도 아예 발목을 잡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사 측도 친환경적인 공장을 건설하여 악취 발생 문제를 봉쇄할 것을 확약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상협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가동 중단과 한국지엠의 공장 폐쇄로 군산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1500여명의 고용이 기대되는 제조업의 투자 유치를 막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아 달라”고 말했다.
앞서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산업단지 16만5000㎡에 34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LG화학을 놓친 바 있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리튬 국산화 제조시설을 건립키로 하고 2017년 11월 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호주 광산 확보 문제와 부산물 처리방법 문제로 인해 협의가 끊겼다. 이 과정에서 경북도와 구미시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결국 LG화학은 구미행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유치를 강조해 온 전북도는 원칙만 내세운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다 먼 산만 바라보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