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최초의 고대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다음 달 1일 베일을 벗는다. 태고의 땅 ‘아스’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 ‘아스달 연대기’(tvN)다.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은 물론 제작비만 약 4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한국판 왕좌의 게임’으로도 불리고 있다.
아스달은 고조선의 도읍 아사달과 어스(earth)가 합쳐진 단어다. 국가가 생기기 전의 고대도시 아스달에 사는 세 부족(새녘족, 흰산족, 해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물처럼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뇌안탈’, 인간과 뇌안탈 사이에서 태어난 ‘이그트’ 등 다양한 종(種)도 등장한다.
극본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썼다. 그간 ‘선덕여왕’(2009), ‘뿌리깊은 나무’(2011), ‘육룡이 나르샤’(2015) 등 탄탄한 서사의 사극을 선보여온 명품 콤비다.
28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박상연 작가는 “힘없는 캐릭터들이 성장해 권력자들과 투쟁하는 것이 핵심 서사”라며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선입견을 뛰어넘어보려 했다. 왕과 나라가 없고, 사랑이나 목표 같은 개념도 아직 탄생하지 않았던 시대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영현 작가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동물과 달리 사람만이 한 종이 살아남았다는 걸 알게 됐다.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도 주제 중 하나”라고 했다.
화려한 캐스팅이 시선을 붙든다. 강력한 군사집단인 대칸 부대 수장 타곤 역을 맡은 장동건, 혼혈종족 이그트이자 타곤과 대립하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은섬 역의 송중기를 비롯해 김지원 김옥빈 등 연기력과 화제성 모두 놓치지 않는 배우들이 시퀀스를 탄탄하게 메운다.
이들은 모두 ‘신선함’을 드라마의 매력으로 꼽았다. 장동건은 “세계관이 견고하고 치밀하다. 굉장한 몰입감이 있는 대본”이라고 했다. 와한족의 수호자 탄야 역의 김지원은 “대본을 받았을 때 구현된 화면에 대한 궁금증과 연기가 어우러지면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 될 거란 기대감이 함께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가 태알하 역의 김옥빈은 “부족마다 지배체제가 다르다. 가부장제도 있고, 모계제 사회도 있다. 저마다 도덕관념이 다르고 통일된 법이 없다. 그런 스토리의 다양함이 상상하는 재미를 줬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극의 성패는 낯선 서사를 얼마나 친숙하게 풀어내는가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서사를 섬세한 연출력으로 쉽고 재밌게 풀어내야 하는 셈이다. 김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이 높다. ‘미생’(2014), ‘시그널’(2016), ‘나의 아저씨’(2018)를 특유의 세심함으로 연달아 히트시킨 ‘디테일의 대가’다. 송중기는 “감독님께서 굉장히 서정적이시다. 음악성과 리듬감이 좋아 현장에서도 신선한 원시적 움직임을 많이 코치해주셨다”고 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스페셜 방송에서 장동건은 “방대한 이야기를 모으는 일이 수월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현장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같이 (융합을) 해내셨다”고 했다.
스튜디오드래곤에 더해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뛰어난 VFX(시각특수효과)를 선보였던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실감 넘치는 판타지 장면 구현을 위해서다. 경기도 오산에 마련된 8000평 규모의 전용 세트장과 제주도, 브루나이 등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며 생생한 영상을 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잔여 드라마 작업으로 인해 행사 초반 간단한 인사를 남긴 김 PD는 “열심히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로 칭찬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고생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