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작렬 모디… “파키스탄 총리는 내 취임식에 오지마”

입력 2019-05-28 19:13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근 국경분쟁을 벌였던 파키스탄에 뒤끝을 보였다. 인도 정부는 오는 30일 열릴 모디 총리 집권 2기 취임식에 파키스탄 정상을 초대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 총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설전을 주고받았던 두 나라의 앙금이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는 모디 총리 취임식에 벵골만 인근의 이웃 국가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네팔 부탄의 정상과 대표를 초대했다고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TOI)가 28일 보도했다. 모디 정부는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에 따라 초대 국가를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파키스탄 정상은 초대받지 못했다. 두 나라는 최근 카슈미르 국경에서 분쟁을 벌이며 관계가 악화했다. 인도 정부가 취임식 초청 명단에서 파키스탄을 제외하면서 아직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TOI는 지적했다.

당초 모디 총리 취임식을 앞두고 양국이 곧 화해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26일 트위터를 통해 모디 총리에게 재선 축하 인사를 보냈다. 모디 총리도 트위터로 화답했다. 하지만 화해 분위기는 취임식 초대 문제로 이틀 만에 깨졌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선거운동 기간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가 이런 태도를 금방 바꿀 리가 없다”며 “인도 정치 사정이 모디 총리가 칸 총리를 초대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1기 취임식에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초대했다가 힌두민족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적이 있다.

모디 총리 집권 1기 취임식에는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회원국인 아프가니스탄 몰디브 네팔 스리랑카 부탄 정상이 초대됐다. SAARC 회원국인 파키스탄도 초대장을 받았다. 당시 샤리프 총리는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독립한 후 처음으로 인도 총리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어 모디 총리도 파키스탄을 답방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개선됐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최악인 가운데 열린 이번 취임식에서 인도 정부는 아예 SAARC 대신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회원국을 초대했다. BIMSTEC에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국가가 소속됐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