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유적지인 경남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 가운데 5세기 초 조성된 고분에서 집 모양 토기, 배 모양 토기, 등잔 모양 토기, 동물 모양 뿔잔 등 다양한 상형토기들(사진)이 무더기 출토됐다. 5세기 중엽~6세기로 알려졌던 아라가야의 전성기를 반세기 앞당기는 유물들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함안군, (재)두류문화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말이산 고분군 북쪽 지역의 45호분 발굴 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마산 창원 진주 등 아라가야 다른 유적지에서 이런 기형의 토기가 일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말이산 고분군에서 이런 다양한 토기들이, 그것도 한꺼번에 출토되기는 처음이다.
45호분은 출토 유물과 유구 현황으로 볼 때 말이산 고분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인 400년을 전후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목곽 덧널무덤에 봉분을 조성한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토기들은 무덤 내부 피장자의 머리 위쪽에 있는 유물부장공간에서 나왔다. 피장자가 있던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발치 아래에서 말 갑옷과 투구, 큰 칼, 금동제 말갖춤새 등이 확인됐다.
함안군청 가야문화유산담당관실 조신규 학예연구사는 “상형토기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사실은 무덤 주인의 위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왕을 비롯한 최고 지배자일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곽 덧널무덤에 봉분을 조성한 형태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며 “봉분은 그동안 목곽 덧널무덤의 다음 단계인 돌덧널무덤에서 확인됐는데, 그 전 단계에서도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봉분을 만들었다는 것은 아라가야가 이미 5세기 초에 전성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