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다가오는 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 느긋하다. 바로 지금이 위기에 처한 북한을 위해 행동할 때라고 대북지원단체 굿타이딩스(사단법인 기쁜소식) 이사장 김용덕(77) 장로는 말한다. 2008년 평양 봉수교회 재건축을 이뤄낸 김 장로는 “북한에 세워진 교회를 통해 성경과 찬송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복음이 함께 흘러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굿타이딩스(Good Tidings)란 이름은 ‘굿 뉴스’ 즉 복음이란 뜻이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굿타이딩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 장로는 검은색 표지의 성경과 찬송가를 보여줬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만드셨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북한 성경이다. 굿타이딩스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함께 제작해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는 물론 북한 전역의 508개 처소교회에 배포하는 성경이다. 처소교회는 노동당과 조그련이 승인한 가정교회를 가리키는데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은 1만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엔 이미 교회가 있고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원이 있습니다. 그들이 진짜든 가짜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미 세워진 교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130년 전 한국교회를 생각해 봅시다. 암흑과도 같았던 한반도에서 선교사들은 다양한 지혜를 짜내 성경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북한의 체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장로는 1942년생으로 고향은 경북 의성이다. 보수색 강한 TK 출신으로 기독출판업에 종사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남선교회전국연합회장을 역임했다. 1994년 교단 일로 북·중 국경 지역의 옌지(延吉)교회 재건축을 돕다가 수백만명이 굶주린 북한 식량난의 참상을 목격하고 지원에 나섰다. 당시부터 이어온 인연으로 조그련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가 됐고, 그 힘으로 예장통합 소속 전국 교회의 기도와 헌금을 통해 평양 봉수교회 재건축에 성공했다.
김 장로는 최근 식량위기를 겪는 북한을 위해 예장통합 총회와 굿타이딩스 회원들의 지원으로 밀가루 100t을 마련, 제삼국을 통해 북에 전달했다. 김 장로는 “북한은 사회 기반이 취약해 홍수 및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본다”면서 “올해는 2년간 줄어든 생산량의 여파로 약 13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추산한다”고 말했다.
굿타이딩스는 남한에 보수 정권이 들어선 2008년 이후에도 북한의 탁아소와 육아원에 밀가루를 지원했으며, 겨울 내의 및 수해지역 담요 지원 등의 긴급구호 사역을 이어왔다. 김 장로는 “정치와 무관하며 보수와 진보, 이런 구분도 상관없는 일”이라며 “교회를 통한 인도적 지원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전달돼 민족 동질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선교의 초석이 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