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심리 다시 악화… 경기침체의 골 더 깊어지나

입력 2019-05-29 04:03
경제지표 악화에도 상승세를 유지해 왔던 소비심리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9로 전월보다 3.7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반대인 경우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하락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 11월(95.7) 이후 6개월 만인데, 낙폭은 지난해 7월(-4.6포인트)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3대 요소 중 투자와 수출은 이미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는 소비도 암울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경기와 향후 살림살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비관론이 우세하면 가계가 지출을 더욱 졸라맬 가능성이 커진다. 경기 부진과 고용지표 악화 등의 영향으로 취업기회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80으로 3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12월 이후 첫 하락 전환이다.

소비심리 악화는 정부가 고집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전제가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고, 이것이 기업 투자를 견인한다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들어 2년 넘게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민간 소비지출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되고, 반짝 호전되던 소비심리도 다시 악화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15년도 고용표’에서 한국 경제의 취업유발계수도 2010년 13.8명에서 2015년 11.8명으로 낮아졌다. 5년 만에 2.0명(14.5%)이나 줄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수출과 소비·투자의 일자리 창출 효과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유발계수는 수출이나 생산·투자·소비의 경제활동이 10억원 늘어날 때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를 뜻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청와대는 ‘거시경제는 탄탄하다’거나 ‘총체적으로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황당해하는 말장난은 그만두고 혹독한 겨울을 견딜 방책 마련에 전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