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신약’ 인보사, 은폐·유착 의혹 낱낱이 규명하라

입력 2019-05-29 04:01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가짜 신약’으로 드러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해 국내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제조·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진을 형사고발했다. 식약처는 현지 실사 등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약 시판 허가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2017년 3월 미국 위탁생산업체로부터 인보사에 핵심 치료 성분인 연골 형질전환세포 대신 종양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신장세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알리지 않고 그해 7월 신약 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식약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주성분이 바뀐 가짜 약으로 식약처와 환자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 된다. 인보사는 1회 투약 비용이 700만원인데도 허가 후 3770여명이 주사를 맞았다. 임상시험 참가자도 145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의혹이 불거진 지난 3월에야 인보사 2액 성분이 신장세포로 확인된 사실을 밝히고 판매를 중단했다. 1년8개월 동안이나 가짜 약을 판매해 온 것이다.

식약처는 아직까지 인보사 투약 환자 가운데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의약품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환자들은 후유증을 걱정하며 배신감에 떨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환자들의 피해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투약한 환자들에 대해 향후 15년간 실시키로 한 장기추적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뀐 과정과 코오롱 측의 고의 은폐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고의 은폐가 사실로 드러나면 형사적으로도 무거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아 인보사 프로젝트를 총지휘하다가 지난해 11월 돌연 은퇴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시판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의 처분이 적절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코오롱 측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인보사에 대한 1차 심사에서 심사위원 7명 중 6명이 신약의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심사위원들을 재구성해 2개월 뒤 실시한 2차 심사에서는 시판 허가를 결정했다. 이번 사태로 국내 바이오산업과 식품의약 행정에 대한 신뢰에 큰 금이 갔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이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가려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