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그대, 섬으로 떠나라

입력 2019-05-29 17:56
인천 영흥도 인근 바닷길이 열리는 목섬.

한국관광공사는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자동차로 여행하는 섬’ 7곳을 선정했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전남 고흥군 거금도,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 전남 완도군 고금도, 부산 강서구 가덕도, 경남 사천시 비토섬이 포함됐다.

차를 타고 가는 매력적인 영흥도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는다. 대부도와 선재도를 거쳐 영흥대교를 건너면 여러 볼거리와 이야기를 품은 섬에 도착한다. 십리포해수욕장은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대교 풍경이 인상적이다. 물이 빠지면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고, 거대한 분재전시장 같은 소사나무 군락지와 해안 산책로도 둘러볼 만하다. 섬 북서쪽에 있는 장경리해수욕장은 야영장과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휴가철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선재도는 바닷물이 갈라지는 목섬과 측도가 유명하다.

전북 고군산군도 대장봉에서 본 섬과 연도교.

빛나는 ‘섬의 군락’ 고군산군도

고군산군도는 57개 섬으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를 대표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 풍경을 간직한 섬이 이어진다. 현수교인 고군산대교가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하면서 뭍과 섬이 한 몸이 됐다. 대장도 대장봉(142m)에 오르면 고군산군도를 잇는 길과 다리, 섬과 포구가 한눈에 다가선다.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고군산군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선유3구 골목과 남악리는 어촌 풍경이 정겹다. 명사십리해변의 ‘선유낙조’는 고군산군도의 으뜸 풍경으로 꼽힌다.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는 호젓하게 걷기 좋다. 무녀도의 쥐똥섬은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난다.

전남 고흥 거금휴게소 옥상전망대에서 본 풍경.

섬 너머 섬으로, 거금도

고흥반도에서 남서쪽으로 2㎞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2011년 총 길이 2028m 거금대교가 들어서며 자동차로 갈 수 있게 됐다.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이름과 달리 금광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낙타 모양 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풍광이 숨어 있다. 거금휴게소는 섬을 휘감아 도는 자동차 일주도로와 거금도둘레길(7개 코스, 42.2㎞)의 출발점이다. 거금대교와 같은 해 완공한 김일기념체육관은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박치기 왕’ 김일을 기념하는 체육관이다. 익금해수욕장과 오천몽돌해변 같은 아름다운 해안, 멀리 섬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는 소원동산 전망대도 가볼 만하다. 거금도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록도는 나병 환자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전남 신안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일몰.

천사대교 건너 4색 섬 여행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전남 신안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부터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인 암태도까지 차량 여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총 길이 10.8㎞에 이르는 천사대교는 교량 구간이 7.2㎞로 인천대교와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길다. 천사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암태도와 만난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일어난 소작쟁의를 기념하는 탑 등이 볼거리. 기동삼거리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벽화도 인기다.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마을 풍경이 고즈넉한 곳이다.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있는 섬이다. 안좌도의 또 다른 명물은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해 퍼플교라 불리는 나무다리다.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다. 해변에 소나무가 빼곡한 분계해수욕장은 여름이면 가족 여행객으로 붐빈다.

농·어촌 풍경이 어우러진 전남 완도의 고금도.

배 타지 않고 떠나는 고금도

섬의 고장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주변 섬과 연결된다. 고금대교로 강진군과 이어지고, 장보고대교와 약산연도교를 통해 각각 신지도와 조약도(약산도)로 이어진다. 고금도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섬은 아니지만,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생애를 간직한 의미 있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은 1598년 삼도수군통제영을 고금도로 옮기고, 명나라 진린 장군과 연합 전선을 펴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임시 안장했던 월송대와 추모 공간인 충무사를 만나볼 수 있다.

부산 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가덕도에서 특별한 시간 여행

가덕도는 부산신항만과는 가덕대교로, 거제도와는 가덕해저터널과 거가대교로 이어진 섬이다. 한동안 거제와 부산을 오가는 통로였으나, 이제는 가덕도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끈다. 가덕도는 통일신라 때 무역항이었고, 조선 시대에는 부산과 진해로 진입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가장 가까운 역사는 러일전쟁과 일제강점기다. 외양포는 군사 보호구역이라 개발이 불가해, 당시의 흔적이 잘 남아 있다. 포진지, 화약고, 헌병부 건물 등이 아픈 역사를 증언한다. 대항새바지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원도 탄광 노동자들이 판 일제의 요새 동굴이 있다. 섬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다.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연대봉은 거제도와 연결된 가덕도를 실감케 한다. 정거마을은 가리비 껍데기로 만든 벽화가 눈길을 끈다.

경남 사천 비토국민여가캠핑장 인근 해변.

‘별주부전’을 만나는 비토섬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 위치한 비토섬은 토끼와 거북,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있는 섬이다. 바다와 갯벌이 공존하고, 섬이지만 차로 들어가 편리하다. 연륙교인 비토교와 연도교인 거북교를 건너면 비토섬이고,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면 월등도와 거북섬, 토끼섬, 목섬 등 비토섬 전설의 주인공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차가 없어 쾌적하고, 뛰어난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비토국민여가캠핑장, 혼합 밑밥 사용을 금지해 건전한 낚시 문화를 추구하는 비토해양낚시공원에서 느긋하게 즐기기도 좋다. 2018년 4월에 개통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매력이 있고, 각산전망대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이 손에 잡힐 듯하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