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61) 분당중앙교회 목사는 교회가 말씀을 선포하고 사회와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설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몇 번씩 강조했다.
“교회를 그냥 믿어달라가 아니라 믿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게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뢰를 얻게 되면 소신 있게 사역할 수 있습니다. 당회록, 공동의회록을 공개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분당중앙교회는 당회록과 공동의회록을 주보에 싣고 있다. 벌써 7년째다. 당회는 목회자와 장로들 회의로, 교회 재정 집행을 포함해 교회의 모든 대소사를 결정한다. 공동의회는 보통 세례교인 이상의 모든 교인이 참석하는 회의다. 관례적으로 또는 사안에 따라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교회는 거의 없다.
최 목사는 지난 22일 교회 목양실에서 당회록과 공동의회록이 실린 주보와 회의록 원본을 보여줬다. 주보에는 ‘공지 제302회 당회 개최 결과’라는 제목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경건회부터 회무처리, 폐회까지 모든 순서와 결과가 적혀있었다. 최 목사는 전혀 요약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라면서 지면 사정상 작은 글씨로밖에 적지 못하지만 교회 홈페이지에 가면 확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본은 A4용지 크기의 서류철로 묶여 있었다. 한 회 분량의 당회록 두께가 3㎝ 정도였다. 철 안에는 갖가지 서류가 첨부돼 있었다. 낱장이 빠지면 표시가 나도록 앞장을 접어 뒷장 위에 놓고 도장 서너 개를 찍었다. 공지된 회의록에서 의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100% 답변해준다고 했다.
최 목사는 “설득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그 기제로 이런 공지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중요한 일이 있으면 30~40명 단위로 만나 설득한다”며 “이번에 교회를 건축하면서도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꼭 설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교회가 성도들을 설득하는 또 다른 기제는 보존자료 유지다. 문서화를 말한다. 최 목사는 교회 자료를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모아놓는다. 이날은 교회 주보 모음집을 보여줬다. 교회 개척 후 모든 주보를 연도별로 제본해 보관했다. 또 모든 의사 결정은 기안결재를 통해 문서로 남겼다.
그는 27세 전도사 때 문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교육전도사를 맡았는데 전임자가 인수 인계 서류로 A4용지 2장을 건네더라고요. 아이들 명단이 전부였어요. 이후 제 후임자에게는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면담한 자료까지 첨부해 13가지 문서를 넘겼어요.” 그는 “역사는 전달되고 계승하고 보존돼야 발전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이를 담는 그릇이 필요한데 그게 문서”라고 했다.
최 목사는 이후 모든 기록을 남겼다. 공적 단체는 기록이 그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역사, 그리고 기록의 힘을 알지 못했지만 후에 크게 경험했다.
교회는 2011년 1년여간 분쟁에 휘말렸다. 일부 교회 성도들이 최 목사가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서울고법에서 기각되면서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 짧은 기간 분쟁이 마무리된 것은 문서의 힘 때문이었다.
“모든 사실이 문서로 남아있으니까 더 다툴 여지가 없었어요. 그때도 공지만 안했지 철저히 문서로 만들어 보관했어요. 이렇게 철저했는지는 몰랐을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 진실도 중요하지만 그 진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교회 비전은 ‘역사와 사회를 의식하는 교회’다. 특별히 역사를 중시한다. 최 목사는 “뭐든지 원래 잘 바꾸지 않는다. 목회 철학이 ‘끝까지’”라면서 “한번 시작하면 결실을 보자고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교회 주보 디자인도 27년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교회는 현재 성전을 건축하고 있다. 내년 7월쯤 완성된다. 대예배당 1100석,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다. 교회 개척 28년 만에 짓는 두 번째 성전이다. “교회가 모두 하나님 성전인데 분당에 있는 교회들로 치면 빈 좌석이 많으니까 20년간은 교회를 안 짓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건물도 낡고 무엇보다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건축합니다. 약속한 대로 20년이 지나기도 했고요.”
교회는 한때 성도가 1만명에 이르렀다. 개척교회 당시 예배당 105㎡(32평) 정도에서 하루에 총 1000여명이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좁아서 불편했지만 건물보다는 사람에 관심을 가졌다. 건전한 시민과 사회 오피니언 리더를 양성하는데 헌신했다. 많은 학생을 지원해 지금까지 50억원을 장학금으로 사용했다. 최 목사는 “장학금을 더 주고 싶은데 교회 소유 서현동 부지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상당수가 사라져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도 보상받게 되는 재정 내에서 장학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 사회를 설득하려면 각 분야의 기독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님 나라를 파수하고 세상과의 영적 전투에서 싸울 전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교회는 스스로 고립돼 있어요. 사회를 읽지 못하고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그래서 뭇매를 맞고 있어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고 끌고 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복음으로 무장된 사람들, 기독교 인재들, 신실한 성도들을 훈련하고 각자의 역할을 하도록 교회가 도와야 합니다. ”
최 목사는 “그렇게 할 때 교회를 사회화시키려는 이 시대의 악한 흐름을 반전시키고 이 사회를 영적화시킬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