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바른 손, 핸드폰 될까요?… 재기발랄 ‘언박싱’ 통했다

입력 2019-05-28 21:09
IT 관련 각종 전자기기 리뷰를 재기발랄한 영상으로 풀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에이터 잇섭. 그는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영상마다 꼼꼼히 보완점을 알려주고 좋은 아이디어를 주는 구독자들에게 늘 고맙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상자를 열어 포장지를 뜯고 제품을 살펴보는 과정을 담은 ‘언박싱(unboxing)’ 영상도 유튜브에선 ‘핫’ 콘텐츠가 된다. 여기 IT 관련 각종 전자기기 언박싱으로 사랑받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구독자 64만명을 보유한 ‘잇섭’(ITSub·본명 황용섭·28)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CJ ENM 다이아TV 라운지에서 잇섭을 만났다. 등에 멘 묵직한 가방이 마치 요술 주머니 같았다. 전자기기 리뷰 고수답게 태블릿PC, DSLR 카메라, 블루투스 이어폰 등 아이템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필요한 기기만 조금씩 들고 다니는 것”이라며 웃었다.

“2016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당시엔 테크놀로지 관련 유튜버가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근데 대부분 내용이 어렵더라고요. 누구든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리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 팬들이 꼽는 잇섭 채널의 강점도 특유의 개그 코드를 가미한 재기발랄한 언박싱 영상들이다. 솔직한 후기와 알짜배기 정보들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야무지게 담아낸다. 자동차, 노트북, 핸드폰은 물론 전동칫솔, 전기난로 같은 작은 생활 아이템까지 전자기기면 모든 게 콘텐츠가 된다.

이색적인 테스트 영상들도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갤럭시 S10의 지문인식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추장을 바른 손으로 핸드폰을 눌러보거나, 간편 결제 기능 애플페이를 써보기 위해 직접 일본에 가보는 등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콘텐츠들이 이어진다.

그의 채널 소개란에는 ‘전자기기와 자동차에 미쳐있다’는 호기로운 멘트가 적혀있다. 이런 열성적인 ‘덕질’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알려준 모토로라 핸드폰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한 손 안에 쏙 담기는 조그만 기기에 카메라와 MP3 같은 여러 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 후로 전자기기에 푹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공학도의 꿈을 키워 대학에서도 전자정보통신학을 전공했죠. 기기들을 사려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맥북 프로를 너무 사고 싶어서 창고에 사과를 넣고 빼는 일을 반년 넘게 하기도 했죠.”

지금은 전업 유튜버가 된 만큼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영상 제작과 수면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신제품을 만지며 보낸다. 매달 500만~600만원어치 전자기기를 구매해 콘텐츠가 될 만한 것들을 고른다. 제조사에 직접 정보를 요청하는 등 공부도 꼼꼼히 한다고 한다.

잇섭은 “구독자들의 피드백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그의 목표도 이런 ‘소통’과 맞닿아 있다. 잇섭은 “좋은 기술이 담긴 전자기기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입사지원서를 한창 쓰던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중간고사를 치르고 바로 휴학계를 냈어요. 제가 좋아하는 전자기기 정보를 함께 나누자는 생각으로 딱 1000만원을 들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유튜브는 어떤 취미든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공간이죠.”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