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앤아이월드 사무실. 광고홍보 전문회사인 사무실 공간 곳곳에서 원목 공기청정기들이 눈에 띄었다. 가로 27㎝, 세로 25㎝, 높이 25㎝의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 중 미세먼지를 잡는 역할을 한다. 이날 외부는 초미세먼지가 70~90μg/m3 수준으로 ‘나쁨’ 상태였다. 그러나 실내는 초미세먼지가 9μg/m3 수준으로 쾌적한 상태를 나타냈다. 강종도(50·온누리교회) 이앤아이월드 대표가 원목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강 대표는 2017년 우연한 기회로 공기청정기를 만들게 됐다. 집 안 거실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는데 일정한 주기에 따라 필터 교체를 해야 하는 등 유지보수비가 만만치 않았다.
“평소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 필수품이 된 공기청정기 구조를 보니 단순해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유명 전자제품은 가격이 부담스럽죠. 중국산 공기청정기를 산다고 가정해 볼게요. 중국 공장을 가동해 제품을 만들면 안 좋은 공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와 다시 (우리가) 마실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자체적으로 공기청정기를 만든다면 집이나 사무실 등 작은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효율성을 볼 수 있겠다 싶었죠.”
강 대표는 못 쓰는 나무인 ‘집성목’을 이용해 공기청정기를 만들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필터는 차량용 필터를 사용한다. 이미 여러 면에서 검증을 받은 것이라 문제없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기능을 하는 검은색 팬은 인터넷에서 1만원 대이다. 차량용 필터도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몇천원밖에 하지 않아 부담이 없다. 필터와 팬 등이 담긴 하우징은 집성목으로 제작한다. 강 대표가 전자제어장치만 설치하면 끝난다. 소비자가는 5만원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미세먼지를 얼마나 잡아주는지 그 효과에 달려 있다. 강 대표는 “모든 청정기는 필터가 핵심인데 웬만한 중국산 제품보다 차량용 필터가 훨씬 미세먼지를 잘 잡아준다”며 “5~6인이 사용하는 작은 공간에서 이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대체로 10μg/m3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집 안 거실에 큰 공기청정기를 두고 방마다 그가 제작한 공기청정기를 두었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공기청정기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알음알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지인들이 생겼다. 지금까지 강 대표가 제작한 공기청정기는 200개 정도 된다.
온누리교회 안수집사인 그는 2015년부터 교회 사회선교부 ‘생명과 환경’을 섬기고 있으며 현재 팀장을 맡고 있다. 교회는 최근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등의 환경 운동을 하고 있다. 분리수거 운동은 단계적으로 쓰레기통을 없애는 운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뿐 아니라 그의 창조 세계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창조 세계가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청지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생명이 곧 환경이고, 환경이 곧 생명이니까요. 이것을 이해했다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방법,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