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 내홍이 혁신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당권파(손 대표 측)와 퇴진파 모두 당 내홍 수습책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위원장 인선과 혁신위 권한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혁신위가 당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 6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최다선(5선)인 정병국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설치를 제안했다. 정 의원이 바른정당 출신이고 이미 한 차례 손 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직을 제안받았던 만큼 양측 중재안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당은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지도부 사퇴 공방을 중지하고 ‘전권 혁신위원회’로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의제를 제한 없이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면 손 대표 거취 문제도 혁신 내용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한 의원은 “손 대표 퇴진 문제까지 다룰 수 있는 혁신위라면 합리적인 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뒤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를 구성할 생각은 없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외로 못 박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겠다. 퇴진도, 2선 후퇴도 없다. 꼼수도 없다”고도 밝혔다.
손 대표는 안철수계의 ‘정병국 전권 혁신위’ 제안과 관련해 “정 의원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병국 혁신위원장 카드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라며 “손 대표가 조만간 혁신위원장 인선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 발언이 알려지자 반발했다.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앞서 정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을 제안해놓고 이제 와서 받을 수 없다며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결국 임기 연장을 위한 혁신위를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혁신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들을 처리하려면 최고위원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최고위가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어떤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혁신위에서 당 진로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형민 김용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