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사자 ‘어흥’… 중위권 판세 흔든다

입력 2019-05-27 18:33 수정 2019-05-27 21:29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7연승을 달성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찌감치 가을야구 주인공이 결정됐다던 프로야구 판도가 명가의 선전으로 요동치고 있다. 프로야구 최다 우승팀 KIA 타이거즈(11회)와 2위 삼성 라이온즈(8회)가 신구 조화를 이루며 긴 잠에서 깨어나 포효를 시작했다.

KIA는 27일 현재 리그 9위지만 프로야구에서 가장 핫한 구단이다. 김기태 감독이 사퇴하고 박흥식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17일 이후 최근 파죽의 7연승을 포함해 8승 1패다. 16일 6위 한화에 8경기나 뒤진 꼴찌였던 KIA는 10일만에 이제 공동 6위 삼성, 한화 이글스와 2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KIA 돌풍의 중심에는 단연 투타 에이스가 있다. 시즌 첫 6경기에서 5패에 평균자책점 8.01를 기록한 에이스 양현종은 이달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7이닝 평균자책점 0.77으로 3승을 쌓았다.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던 최형우도 이달 0.341의 고타율에 5홈런을 날리며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를 0.900까지 끌어올렸다.

뉴페이스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박찬호는 팀 사정상 3루수와 2루수, 유격수를 병행하면서도 타율 6위(0.329)에 도루도 공동 4위(10개)에 올라 있다. KIA 선수 중 두 부문 1위다. 마운드의 젊은피인 문경찬(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29), 하준영(5승 2.70), 전상현(3홀드 2.76) 등 20대 계투들도 뒷문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다.

26일 대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박한이(오른쪽 두 번째)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두고 자축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 삼성 제공

삼성도 순항 중이다. 26일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로 한동안 6위를 독점하던 한화와 동률이 됐다. 해외 유턴파 이학주는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이달 0.377의 타율로 단숨에 타선의 핵심이 됐다. 다소 기복이 있던 구자욱은 삼성이 5승 1패를 기록한 최근 6경기에서 23일 한화전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모두 안타를 날렸다. 투수진에서는 노장 윤성환이 올 시즌 8번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선발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계투 최지광(3승 3패 2.54)과 이승현(2승 1패 평균자책점 1.76)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경기 후반을 책임진다. 다만 삼성은 최고참 박한이가 이날 음주운전에 적발되 불명예 은퇴한 게 옥의 티다.

반면 가을야구는 확정적이라던 4위 키움과 5위 LG 트윈스는 각각 투수력과 타력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LG를 반경기차 앞선 키움은 마무리 조상우가 최근 5경기에서 8실점하고 3패를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3.48까지 뛰어올랐다. 영건 이승호와 안우진이 이달 각각 평균자책점 7.29와 6.23으로 무너진 것도 뼈아프다. LG는 지난 3일부터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타격이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지난 3일 이후 리그 팀 득점 부문 9위 한화(91점)에 24점이나 뒤지는 압도적인 최하위(67점)다.

시즌은 90경기 이상 남아있다. KIA와 삼성이 이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키움과 LG의 주축 선수들이 제몫을 해주지 못할 경우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