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의 ‘소수점 단위 매매’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증권사가 미국 주식을 대상으로 소수점 매매를 개시한 데 이어 일부 증권사로부터 관련 문의가 잇따르자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도 도입 가능한지 따져보는 것이다. 다만 ‘소수점 매매’의 실효성을 두고 금융투자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금융감독원은 27일 국내 주식의 소수점 단위 매매가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몇몇 증권사에서 금감원에 소수점 단위 매매를 문의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시행세칙 제33조)에 따라 ‘1주 단위’로 매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래소에서 삼성전자 0.1주, 0.01주를 사고파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금감원은 증권사 자체적으로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나눠 고객에게 매매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자본시장법에서 문제되는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미국 주식의 경우 소수점 단위 매매를 할 수 있다. 미국도 증권거래소에서는 1주 단위로 거래가 이뤄진다. 대신 증권사가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고판다. ‘증권사의 서비스’ 차원으로 보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가 없다. 지난해 10월 신한금융투자가 미국 주식에 대한 ‘소수점 단위 거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거래 방법 문의가 많지만 구체적 방법을 밝힐 수 없다. 우리도 미국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실무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수점 단위 매매가 가능해진다면 미국과 비슷한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소수점 단위 매매를 검토하는 금감원은 ‘비조치의견서’를 제출한 증권사에 구체적 영업방법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에 금융감독법상 문제 소지가 있는지 사전에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자료를 받지 못해 내부 검토만 하고 있다. 자료가 오면 추가 검토를 한 뒤에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수점 단위 매매의 효과를 두고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가 적은 국내 주식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쪼갠 주식은 얼마에 팔지, 수수료는 얼마나 받아야 할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적은 돈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파생상품도 많은데 왜 굳이 쪼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미권은 ‘딜러’가 물건을 구해 직접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딜링(dealing) 문화’가 일반적이라 증권사가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게 어색하지 않지만, 한국은 ‘거간꾼 문화’라서 증권사가 매매에 개입하는 행위가 어색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주식거래 활성화 기대감도 제기된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점 단위로 매매를 하면 거래가 활발해진다. 증권사로서는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도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며 “해외주식을 살 때 많은 돈이 필요치 않으니 젊은층이 선호하면서 관련 계좌가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