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제3인터넷은행, “진입 문턱 낮춰야” “사회적 합의 우선”

입력 2019-05-27 19:15

“기존 은행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과연 ‘금융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한 ‘토스뱅크’와 ‘키움뱅크’가 모두 고배를 마신 결과를 이렇게 총평했다. 두 후보는 각각 ‘혁신성’과 ‘안정성’을 내세우며 도전장을 던졌지만 자격 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중금리 대출 확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결합 정도로는 ‘혁신’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도 등 해외에서는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에게 낮은 예금 금리를 주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높은 금리를 주는 방식의 ‘사회적 금융’ 모델을 시도하는 인터넷은행도 있다”며 “단순히 애플리케이션 조작법과 서비스 속도를 개선하면서 이자 수익을 거두는 것은 지금 은행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3 인터넷은행 도입이 암초에 부딪히자 금융권 안팎에서 “진정한 금융 혁신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 리스크(위험) 관리 산업인 은행업과 혁신을 융합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에는 마케팅 전략이 다르다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며 “인터넷은행의 숫자가 늘어나면 경쟁이 촉진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금융 혁신과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놓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예견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인터넷은행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대주주가 돼야 할 정보기술(IT) 기업이 모두 자격 논란에 휩싸여 있어 혁신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인터넷은행을 새로 선정하는 것보다 인터넷은행 규제를 예외적으로 풀어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우려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금융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인터넷은행이 최소 4개 정도는 필요하다”며 “혁신성의 경우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면 (해당 인터넷은행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사전에 까다롭게 판단하기보다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한해 문을 열어주고 시장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