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총리직 사임에 깃든 실질적 의미는 결국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새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강경파로 분류돼 왔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노딜 브렉시트’ 확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고전하는 한국 경제의 ‘기상도’는 더욱 흐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10%대였던 노딜 브렉시트 확률은 메이 총리의 사임 표명 뒤 33%로 급등했다. JP모건이 기존 15%에서 25%로, 골드만삭스는 10%에서 15%로 높였다. BNP파리바가 전망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20%에서 40%로 배가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재차 점검하고 있다. 무디스는 “메이 총리의 사임은 영국과 주변국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와 고용,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영국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차기 총리가 메이 정부보다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협상이 용이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딜’과 ‘협상 진통’의 가능성이 커진 이유는 새로운 총리로 거론되는 인물이 평소 “합의보다는 벼랑 끝 전술이 낫다”며 EU 탈퇴 의사를 강조해온 존슨 전 장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27일(한국시간) 텔레그래프에 직접 칼럼을 보내 “유권자들로부터 해고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2016년 국민투표의 결과를 존중하고 EU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탈퇴는 52%, 잔류는 48%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노딜 브렉시트를 대표적 대외 불안요인으로 꼽는 한국 경제에 달갑지만은 않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은 유럽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과 교역하는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도 연쇄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리가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보다 오히려 브렉시트가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한국은 무역에서 손실을 입을 국가로 분류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EU 터키에 이어 대(對)영국 수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출 감소 예상치는 7억1400만 달러(약 81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춰 큰 숫자는 아니지만, 영국과 EU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이후에 나타날 ‘중장기 타격’은 따지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재차 부각된 브렉시트 이슈는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영국 경기 체감지수는 추가 악화가 우려된다”며 “영국 경제 및 금융시장 회복 시점은 지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