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싸움에 더 핫한 베트남… 한국기업 진출 잰걸음

입력 2019-05-27 19:30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SDS는 베트남 IT 서비스 기업 CMC에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27일 밝혔다. 삼성SDS와 CMC는 지난해 6월 스마트팩토리, 사이버 보안 분야 공동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투자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강화하게 됐다. 삼성SDS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CMC 경영진과 사업 전략, 미래비전을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CMC는 약 30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시스템 통합(SI), 소프트웨어 개발, 클라우드·IT인프라 운영 등이 주요 사업이다. 삼성SDS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 기술을 CMC의 현지 영업망·인지도와 결합한 뒤 베트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특히 스마트팩토리와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삼성SDS는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원래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지만 미·중 무역분쟁 발발 이후 자본이 더 몰리는 형국이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누적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146억9000만 달러(약 17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80억 달러) 대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이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358억8000만 달러)였던 2017년 기록을 무난히 경신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 16일 베트남 최대 민영기업 빈그룹에 10억 달러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2위 민간기업인 마산그룹의 지분을 5000여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베트남 생산 거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휴대전화 공장을 통해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현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이다.

LG전자는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의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한다. LG그룹은 2028년까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 및 협력사와 함께 약 15억 달러를 현지에 투자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가는 것은 베트남이 높은 수준의 제조업 기반을 갖췄는데도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인건비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 기업은 첫 4년 동안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후 9년은 5%, 마지막 2년은 10%를 낸 뒤 설립 16년 후가 되면 정상 법인세(20%)를 내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호찌민의 월평균 최저임금은 172.8달러로 중국 상하이(365.6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