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이 곧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년 연장 불가피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문제, 고령인구 재고용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것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은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사안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과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지난 3월 구성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다음 달 말 발표할 1차 논의 결과에 정년 연장 문제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게다. 하지만 정년 연장 문제는 피한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는 미루지 말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낮추고 고령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 현행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다면 인건비 부담이 늘게 돼 수용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난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결국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 형태 유연화 등과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역량, 직무에 가중치를 둬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업종별 특성이나 개인의 근로능력 및 의사 등을 고려해 정년 연장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청년 대책과 연계시키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청년실업난이 심한 것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라기보다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부족해서이다.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연금 개혁, 노인복지 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들이다. 무엇보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패키지로 묶어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법으로 강제하고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합의에 맡긴다면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겪었던 사회적 비용을 다시 치르게 될 것이다.
[사설]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패키지로 추진해야
입력 2019-05-2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