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물적분할 주총 임박 ‘긴장감 고조’… 노조, 투쟁수위 높여

입력 2019-05-28 04:05
27일 오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는 31일 물적분할 주주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울산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투쟁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회사가 추진하는 물적분할에 반대해 지난 16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는 이날 파업시간을 7시간으로 연장했다. 또 28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본격 투쟁에 나선다. 노조는 물적분할시 본사 역할을 하게 될 한국조선해양이 대부분의 자산을 가져가고 울산에 남는 현대중공업은 수조원대의 부채만 떠안는 생산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 보고 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으로 구성된 ‘현중법인분할중단·사내하청임금체불해결촉구울산대책위’도 노조 파업에 보조를 맞춰 이날 울산시청에 이어 28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주총이 열리는 오는 30일에는 주총 장소인 동구 한마음회관 주변에서 대우조선 노조 등과 함께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이 전국금속노조·현대중공업 노조·대우조선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했다. 노조의 주주총회장 점거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지만 그럼에도 주총 당일 노사 간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경찰은 주총 당일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전국에서 30~40여개의 중대 경력을 요청해 행사장 주변에 배치하기로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지역 정치권도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존치시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지역국회의원협의회는 28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의 당위성 설명과 함께 결연한 의지를 전한다. 송 시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의 접촉을 위한 비공식인 라인도 찾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29일 범시민 대규모 궐기대회로 여론전에 나선다.

반면 사측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맺은 계약상 선결 조건인 물적분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21일 낸 담화문에서 단체협상 승계와 고용안정을 약속했다”며 “물적분할 후에도 근로관계부터 기존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제도까지 모든 제도를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