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기생충’의 봉준호입니다.”
수상자가 호명되자 봉준호(50)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이어 나란히 앉아 있던 배우 송강호(52)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광의 순간이다. 봉 감독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품에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맨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으로부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9명의 경쟁부문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상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봉 감독은 “나는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뭉클해했다.
봉 감독의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은 봉 감독 개인은 물론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100년 역사 동안 한국 영화는 산업 규모 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으나 비평이나 작품성 면에선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에도 칸 황금종려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일본 등과 달리 국제영화제에서 매번 비주류로 밀려났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진가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전망이다.
봉 감독은 시상식 이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 등을 능가하는 한국의 거장들이 올 한 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보낸 축하메시지에서 “매우 영예로운 일로, 우리 영화를 아끼는 국민들과 함께 수상을 마음껏 기뻐한다”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며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강준구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