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칸을 품다

입력 2019-05-26 21:09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오른쪽)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 이후 나란히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기생충’의 봉준호입니다.”

수상자가 호명되자 봉준호(50)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이어 나란히 앉아 있던 배우 송강호(52)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광의 순간이다. 봉 감독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품에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맨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으로부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9명의 경쟁부문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상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봉 감독은 “나는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뭉클해했다.

봉 감독의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은 봉 감독 개인은 물론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100년 역사 동안 한국 영화는 산업 규모 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으나 비평이나 작품성 면에선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에도 칸 황금종려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일본 등과 달리 국제영화제에서 매번 비주류로 밀려났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진가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전망이다.

봉 감독은 시상식 이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 등을 능가하는 한국의 거장들이 올 한 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보낸 축하메시지에서 “매우 영예로운 일로, 우리 영화를 아끼는 국민들과 함께 수상을 마음껏 기뻐한다”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며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강준구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