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이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의 명단은 없었다.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키움뱅크는 혁신성에서, 토스뱅크는 자금조달 능력에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에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재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두 곳 모두 안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예비인가가 불허돼 아쉽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최 위원장에게 전달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의 평가와 금융감독원의 심사 결과는 모두 ‘불승인’이었다.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회계·IT보안·리스크관리 전문가 등 총 7명(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 외평위는 두 곳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은 외평위의 판단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11번가 등이 참여하면서 자금 조달과 사업계획 부분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혁신성에서 감점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주축을 이룬 컨소시엄 특성상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토스뱅크의 경우 핀테크 스타트업이라는 정체성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혁신성은 인정받았지만 출자 능력, 자금조달 안정성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평가 배점표는 그동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운영 경험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케이뱅크가 출범한 이후 추가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던 만큼 추가자본 조달 능력에 대한 평가도 배점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재추진은 올해 3, 4분기 내 이어질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에 심사를 진행한) 두 곳에 대한 인센티브는 따로 없지만 두 곳이 불승인된 사유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이 인지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의지를 갖고 있다면 다음 신청에서 상당부분 보완해서 다시 신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자격 문제로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가 사업자 선정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의 평가 발표 이후 토스 측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금융혁신의 꿈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키움 측은 “금융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혁신성이라는 게 아무래도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곳 모두 재도전 의사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