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내용 유출한 외교관 귀국… 강경화 “엄중 문책”

입력 2019-05-26 18:50 수정 2019-05-26 21:14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가 26일 귀국했다. 외교부는 K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번 주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주 감사관실 인력을 주미 대사관으로 보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찰을 진행했다. 감사관실은 3급 비밀로 지정된 지난 7일 한·미 정상 통화 관련 전문을 누가 어떻게 열람했고, 이들이 정상회담과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 따졌다고 한다. 그 결과 K씨 외에도 해당 전문을 열람한 직원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추가 징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안업무 규정상 비밀은 해당 등급의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 중 업무와 직접 관계 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 비밀을 열람하게 할 때는 소속 기관장이 먼저 내용을 확인한 뒤 자체 보안 대책을 마련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재외공관에서는 전결·위임 규정에 따라 업무 관련자들이 일상적으로 전문을 송수신하고 열람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비밀 열람 및 관리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번 유출 건과 별개로 감사원은 27일부터 2주 동안 주미 대사관에 대한 정기 감사에 들어간다.

K씨는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프랑스 파리 출장을 마치고 25일 귀국한 강 장관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도 없이 그랬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사 결과를 보고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리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번 사안은 그간 외교적 실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국가 기밀을 다루는 외교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기밀을 흘린 케이스”라고 했다. 강 장관은 한국 외교부가 미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미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견을 전달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징계 절차 및 수위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강 의원과 별개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누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을 토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내가 한 말에 기밀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한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통화한 것을 제가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로 다 받아봤다”고 했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