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앞으로 게임 중독자는 마약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처럼 환자로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적으로는 2022년부터, 우리나라는 이르면 2026년부터 게임 중독이 질병 범주에 포함된다.
WHO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72차 총회 B위원회를 열고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8일 총회 전체회의에 보고된다. 발효는 2022년 1월부터다.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간주한 것은 게임을 지나치게 함으로써 여러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사기, 폭행 사건이 점점 늘고 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6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게임 중독도 마약이나 알코올과 같은 다른 중독과 비슷한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관련 연구가 쌓인 게 질병 분류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는 게임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이라고 정의했다.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이 손상되고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게임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장애로 봤다. 노 교수는 “게임을 병적으로 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정해 이들의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게임 중독에 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8~10월 초등학교 4~6학년, 중·고등학교 학생 15만29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군’과 ‘과몰입위험군’은 각각 0.3%, 1.5%다. 이들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다. 게임을 건전하게 이용하는 게임선용군은 17.7%다.
게임 이용자는 대체로 초등학교 3, 4학년 때 처음 게임을 시작했다. 고등학생에서 0.9%에 불과했던 과몰입위험군 비율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에서 1.8%로 2배 뛰었다. 부모가 게임을 많이 할수록 자녀가 과몰입군 또는 과몰입위험군이 되는 경향을 보였다.
정부는 게임 장애를 질병에 포함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및 법조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6월 안에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WHO의 이번 개정안은 2022년 발효되므로 국내에선 질병분류체계 개편이 있을 2026년에나 반영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부처 간 이견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9일 ‘게임 장애의 질병 분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WHO에 전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게임 이용자를 중독으로 보자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일반 게임 이용자가 중독 여부를 점검하고 (중독을) 예방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