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인부 평균 60대… “추락 막으려면 시스템비계 필수죠”

입력 2019-05-26 19:02
한 건설업체 근로자가 26일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주상복합시설 건설 현장의 시스템비계 위에서 건물 수평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희 현장에 근무하시는 분들 평균 나이가 60세를 넘습니다. 젊은 사람은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어요.”

지난 22일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건설현장에서 만난 전희진(40) 현장소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기술이 발달했지만 아직 건설현장에는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이 ‘힘을 써야 하는’ 일들이 많다. 건물 뼈대인 철근을 이어 올리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전 소장은 “건축학과 학생들조차도 현장 근무는 손사래를 칩니다. 공문을 보내 현장 인턴을 뽑는다고 해도 아무도 안 온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가 없으니 잇몸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년을 넘긴 60대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착공해 오는 9월 준공을 앞둔 이 건물도 예외는 아니다. 내부 골조를 마감하고 외벽을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발판을 딛고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60대 근로자들이다. 매일 20~30명의 중장년들이 오전 7시부터 나와서 오후 5시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전 소장은 “기술이 있는 근로자들 같은 경우 작업에 따라 일당 21만~24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인건비를 많이 줘도 연령대가 낮아지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건설현장의 고령화 현상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의 특성상 발판을 딛고 올라가야 하는 작업이 비일비재하다. 고령일수록 추락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60% 정도가 추락사고인 것도 고령화 문제와 맥이 닿는다.

때문에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작업자 안전 교육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공 작업을 할 때 발판을 거는 ‘비계’부터 안전한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대세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바라기 모양의 이음매가 50㎝ 간격으로 붙어 있는 ‘시스템비계’에 대한 호응이 높다. 일정한 간격에 이음매가 단단히 용접돼 있다 보니 발판을 걸어도 떨어질 위험이 거의 없다. 철봉과 철봉의 이음매를 연결고리로 조이던 과거 방식의 경우, 조금만 조임이 헐거우면 발판이 떨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 소장은 “우리 현장의 경우 100% 시스템비계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이미 5년 전부터 이곳뿐만 아니라 전체 현장에 시스템비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비싼 가격이 흠이라면 흠이다. 전 소장에 따르면 시스템비계 설치 가격은 기존 강관비계(㎡당 10만원)보다 30~50% 정도 비싸다. 설치 담당자 일당도 20만원이 넘는다. 의무 사항이 아니다보니 소규모 건설현장의 경우 단가를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령화 상황을 고려하면 시스템비계와 같은 예방책 없이 추락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26일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고령화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만 해도 건설업 취업자(198만9000명) 가운데 50대 이상은 91만8000명으로 4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50대 이상이 101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전체 취업자(209만명)의 48.3%까지 비중을 키웠다. 50대 이상이 1년 사이에 10만명 가까이 늘었다는 점도 급속한 고령화를 방증한다.

시스템비계 설치가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공사 자체가 중단된다. 이후 감독당국의 점검을 받고 안전 승인을 받아야만 재개할 수 있는데, 최소 1개월 넘게 걸린다. 조선욱 안전보건공단 기술사는 “지난 2월 폭발사고가 난 한화 대전공장의 경우 아직도 작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소장은 “비용 측면을 고려해도 안전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