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협상이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여야 원내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자유한국당이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선거제 개혁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와 사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은 멈춰버렸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민생법안 입법도 사실상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0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호프 회동에서만 해도 한국당과 국회 정상화에 대한 접점을 찾는 듯했는데 21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한국당이 갑자기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등 황당한 수준의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일관성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어 당분간은 우리가 먼저 연락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한 국회 정상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집권당이 국회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 없이 야당 탓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는 우리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이인영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과 ‘선거법 개정 합의 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정도의 합의로는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육탄방어까지 하며 패스트트랙에 저항한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한국당 내에서도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에 앞장섰던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민생파탄’과 한국당의 ‘태업’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20대 국회를 완전히 문 닫을지, 민생을 위한 조건 없는 등원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외교기밀 누설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회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추경안 심사에 통상 3~4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6월 임시국회가 열려도 최소한 6월 하순에야 추경안 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