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미를 축소하면서 강경파 참모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감싸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시그널을 계속 발신하면서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26일 트위터에 “북한이 일부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면서 “이것이 나의 일부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지만 나는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신뢰를 거듭 표현하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와 골프를 치기 직전인 오전 7시30분쯤 이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트위터 글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작은 무기들’이라고 부르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묘사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의미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또 신경을 거슬리게 한 ‘나의 일부 사람들’은 볼턴 보좌관 등을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근 북한이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김 위원장)가 조 바이든을 아이큐가 낮은 사람이라고 불렀을 때 나는 웃었다”면서 “아마도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색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대북 강경론을 재차 제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자초했다. 볼턴 보좌관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에 대해 “적절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8년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문제를 갑자기 꺼내면서 “지금은 푸에블로호 송환에 관해 얘기할 적기”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대미 승전의 상징으로 평양 전승기념관에 전시 중인 푸에블로호 선체를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 이른아침 외국 땅(일본)에서 외교안보 참모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트위터 글은 볼턴 보좌관에 대한 직접적인 질책(direct rebuke)”이라고 분석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거친 주장을 무효로 만들려는 의도였으며, 그의 입지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을 내버려뒀을 경우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의 호전적인 주장을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 불필요한 긴장이 고조되고 북·미 대화가 끊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질책으로 볼턴 보좌관의 험한 입이 막힐지 주목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