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콘텐츠·연예인에도 불똥 튄 무역전쟁

입력 2019-05-26 19:26 수정 2019-05-26 23:01
‘아빠 데리고 유학 가다’ 포스터. 바이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에서 미국 드라마 등 콘텐츠가 갑자기 방영 취소되고, 미국 연예인들도 중국 방송에서 퇴출되고 있다. 사드(THAAD) 갈등으로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서 된서리를 맞았던 것과 비슷한 ‘보복’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최근 종영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마지막회가 지난 20일 오전 방영 예정이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취소됐다. 중국 내 ‘왕좌의 게임’ 배급권을 가진 텐센트 비디오는 ‘전송상 문제’로 드라마를 방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주 저장TV와 쓰촨TV, 텅쉰, 아이치이 등에서 방영 예정이던 미국 배경 드라마 ‘아빠 데리고 유학 가다(Over the Sea I Come to You)’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됐다. 이 드라마는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연예인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 미국인 남성 배우는 “7년 전부터 중국에서 배우 활동을 했는데 며칠 전부터 3건의 TV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배제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간판 TV채널의 여성 앵커 2명은 무역전쟁을 주제로 공개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미국 폭스 비즈니스의 앵커 트리시 리건이 지난 14일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훔쳐가 미국은 매년 60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우리에게 전쟁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중국 국영방송 CGTN의 앵커 류신은 “매년 6000억 달러 손실이란 통계 수치는 중국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리건의 논평이 감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리건은 바로 다음 날 11분에 걸쳐 재반박을 했고 다시 트위터에서 신경전을 벌이다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류신도 곧바로 받아들여 29일 오후 8시(미국시간) 공개토론을 하기로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