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부터 생활지원금을 받는 독립유공자 후손(자녀 및 손자녀)이 1년 새 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기존 독립유공자 보상금처럼 후손 중 단 1명의 수권자에게만 지급되는 게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후손이면 모두 국가가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제도지만, 지원 금액과 대상은 아직까지 많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월 독립유공자 보상금을 받지 않는 유공자 후손 가운데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2960명에게 처음 지급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활지원금을 받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거의 매월 늘어 지난 4월 기준 1만8219명으로 집계됐다. 그간 소요된 예산도 962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4월 현재 월 지원금 46만8000원을 받는 유공자 후손(중위소득 50% 이하)이 2780명, 월 33만5000원을 지원받는 후손(중위소득 70% 이하)이 1만5439명이다. 이에 더해 한 가구에 유공자 손자녀가 1인을 초과할 경우 초과 1인당 10만원이 가산된다. 보훈처는 지원 대상자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유공자협회는 생활지원금을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한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유공자 후손 중 누구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태껏 독립유공자 유족의 보훈급여금은 ‘선순위자 1명’에게 적게는 월 48만7000원부터 많게는 211만7000원까지 지급됐다. 이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후손이 많았고, 유족끼리 보상금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잦았다.
하지만 생활지원금의 월 지급액과 지급 대상자가 여전히 적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재선 독립유공자협회 사무총장은 “문재인정부가 종전 보상금 제도를 보완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도 지원 금액이 너무 적고 대상자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극빈곤층만 해당돼 후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관계자도 “차상위계층 후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제 시작으로 봐야 한다”며 “생계 지원 대상의 경계에 있는 후손 등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생활지원금을 받으려면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희망자가 주소지 관할 보훈청이나 보훈지청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신청서를 내면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정 사무총장은 “생활지원금 제도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후손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했는지가 드러난 것”이라며 “국가가 앞장서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먼저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보훈처는 당장 지원 금액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 지원 금액은 다른 국가유공자와 비교해봤을 때 형평성 차원에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라며 “이제 막 제도가 정착하는 시점이니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