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빈부격차를 말하니 세계가 공감한 영화 ‘기생충’

입력 2019-05-27 04:06
영화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그 이야기처럼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출품 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0년 ‘춘향뎐’(임권택 감독)이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지 19년 만의 쾌거이고,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피에타’(김기덕 감독, 2012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은 두 번째 최고상이다.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에 큰 선물이 됐다. 1000만 관객 영화가 해마다 등장하지만 작품성과 다양성 면에서는 늘 갈증이 있었다. ‘기생충’은 실험적 연출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해 이런 갈증을 풀어주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박수를 보낸다.

영화가 말한 것은 격차였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고액 과외를 매개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고개를 들어야 창문이 보이는 반지하 셋방의 가족은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넓은 정원이 나오는 대저택의 가족에게 기생하는 삶을 택했다.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부잣집 과외선생이 되는 아들은 “난 이게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백수인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벽을 다분히 한국적인 맥락에서 보여줬더니 칸의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줬고, 영화를 본 외국인은 다들 자기 나라 얘기 같다고 했다. 격차가 세계적인 고민거리임을 말해주는 동시에 한국의 격차가 그것을 대표할 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곧 국내에서 개봉할 이 블랙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웃음 뒤에 가시처럼 남는 씁쓸함을 많은 이들이 곱씹어봤으면 한다. 격차를 줄이는 것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아니라 그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됐음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도 ‘기생충’에 담긴 메시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흥행 기준이 된 1000만 관객은 스크린 점유율이 좌우하며 그것은 영화판을 움직이는 자본이 결정한다. 관객을 만날 기회에서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닥쳐 해마다 많은 영화가 좌절하고 갈수록 다양성은 위축되고 있다. 고질적인 스크린 독과점 문제의 해법을 이제는 찾아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