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냐 학대냐의 갈림길에 있던 부모의 자녀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민법 제915조에 있는 친권자의 ‘징계권’을 들어내기로 했다. ‘사랑의 매’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은 그동안 부모의 자녀 ‘학대 행위’가 무죄 판결을 받는 근거가 됐다. 이 조항이 사라지면 친부모라도 자녀를 직간접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친부모의 징계권을 두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가정, 학교 및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들어 법원 판례도 이 징계권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다. 2002년 2월 대법원은 친부모가 아들에게 야구방망이로 때릴 듯한 태도를 취하며 “죽여버린다”고 말한 사건과 관련해 징계가 ‘필요한 범위’ 안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동·인권단체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되는 사건에서 부모의 70% 이상이 훈육을 이유로 아이를 체벌했다고 말한다”며 “어떤 이유로든 폭력과 학대가 용납돼선 안 된다”고 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훈육을 매로 해도 상관없다는 대중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징계권을 삭제해 ‘원칙적’으로 학대를 금지해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이 ‘예외조항’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복지부가 2017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3%는 이른바 ‘사랑의 매’가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외적 상황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모든 아동의 출생을 국가 기관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와 산모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함께 추진한다. 아동이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고 버려져 사망에 이르거나 방임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현행법은 출생신고 시 아동의 이름과 성별, 본(本), 부모의 이름과 본,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항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김영선 박세원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