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설전이 2차전으로 이어졌다. 혁신·포용의 ‘균형’에 무게를 두는 정부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하는 산업계의 가치관 차이가 재확인됐다.
최 위원장은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핀테크위크’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금융 혁신을 향한 경주에서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전날 이 대표를 비판하며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냐’는 것은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말했었다.
최 위원장은 개막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제 한 말은 혁신사업자도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의미”라며 “그렇게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최 위원장의 발언을 접한 뒤 “출마하시려나”라고 말한 걸 받아친 것이다. 이 대표는 2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갈등의 뿌리는 ‘속도’에 있다. 신산업계 입장에선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더 빠르게 혁신하는 게 최우선이다. 규제를 풀어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 데 정부가 딴죽을 건다고 본다. 혁신 소외계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정부 의견은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혁신이 정체되는 건 우려스럽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산업을 보듬어주고, 혁신산업은 놔두었다가 혁신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걷고 규제하거나 분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이 대표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반면 정부는 다소 더디게 혁신성장을 하더라도 ‘포용’ ‘균형’을 함께 이뤄야 한다고 본다.
눈높이가 좁혀지지 않자 신산업계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가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승차공유(카풀) 업체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카풀에 호의적인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못 듣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임주언 유성열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