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은 놀라운 사람입니다. 그가 지니고 있는 느낌을 영화에 담아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재미있고, 영리하고,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로켓맨’에는 엘튼 존의 DNA가 담겨있습니다.”
‘팝의 전설’ 엘튼 존의 전기 영화 ‘로켓맨’을 연출한 덱스터 플레처(53) 감독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물의 전기를 그리기보다 기억을 토대로 한 개인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제3자가 아닌 엘튼 존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1인칭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로켓맨’은 엘튼 존의 주옥같은 음악과 드라마틱한 삶을 한데 그린다. 엘튼 존은 천재적인 음악성으로 명성을 누렸으나,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상처와 친구의 배신으로 크게 흔들린다.
엘튼 존의 명곡들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로켓맨’ ‘유어 송’ ‘크로커다일 록’ 등 20여곡이 삽입됐다. 플레처 감독은 “매 순간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적합한 노래가 있었다”며 “사전 녹음한 곡 이외에 세트장에서 라이브로 부른 곡들도 있어 영화의 색깔이 살지 않았나 싶다”고 흡족해했다.
데뷔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도약한 배우 태런 에저튼(30)이 엘튼 존 역을 소화했다. 전곡을 직접 부른 건 물론 화려한 패션과 헤어라인, 눈썹 모양까지 완벽히 재현해냈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에 뒤처지지 않는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엘튼 존이 제작 전반에 참여했는데, 캐스팅에도 의견을 냈다. 태런 에저튼은 “엘튼 존이 나를 택한 건 성격적으로 비슷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만큼 어마어마한 재능은 없지만 그처럼 삶에 대한 애정과 예민함을 가지고 있다”면서 “엘튼 존과 작업을 하다 보니 그가 가까운 친구로 느껴졌다. 이 사람을 더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플레처 감독과 태런 에저튼은 전작 ‘독수리 에디’(2016) 개봉 때에도 나란히 내한했다. 특히 태런 에저튼은 새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한국을 찾고 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환대를 받는다. 세계 최고로 반겨주시는 것 같다. 늘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 든다”고 얘기했다.
플레처 감독도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와서 관광을 했는데, 휴가 때 다시 방문해 6주 이상 머물고 싶다. 앞으로도 태런과 영화를 찍으면 꼭 한국에 같이 와서 선보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로켓맨’에는 태런의 훌륭한 연기뿐 아니라 좋은 목소리까지 담겼다. 꼭 다섯 번 정도 관람하셨으면 한다”고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