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달리 인기 많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가 1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 “누가 날 죽였지?”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죽음에 관한 장편소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유명 추리 작가다. 그는 꿈속에서 기발한 첫 문장 ‘누가 날 죽였지’를 만나고 소설을 구상하며 집을 나선다.
웰즈는 주간지 기자로 일하다가 작가로 데뷔했다. 범죄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장르 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매년 꾸준히 신간을 발표해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설명은 웰즈에 대한 것이지만 베르베르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설명.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웰즈는 냄새를 맡을 수가 없고 사람들은 웰즈를 보지 못한다. 거울에도 자기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창문으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웰즈는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확신한다. 웰즈는 자신을 살해한 용의자를 찾아보기로 한다. 소설은 이렇게 떠돌이 영혼이 자신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식의 추리물이다.
의심스러운 사람을 떠올려 본다. 첫 번째는 헤어진 여자친구 사브리나. 사브리나는 다시 만나길 바랐지만 웰즈가 거절했다. 두 번째는 쌍둥이 형 토마. 과학자인 형은 언제나 웰즈의 명성과 부를 질투했다. 세 번째는 출판인 알렉상드르. 웰즈가 다른 출판사의 출간 제안을 받았다는 데 매우 불쾌해했다. 네 번째는 문학평론가 장무아지. 그는 늘 장르 문학을 폄하하고 틈만 나면 웰즈를 공격했다.
웰즈는 계속 “누가 날 죽였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질문은 서서히 바뀐다. “나는 왜 태어났지”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 음침하고 어두운 추리소설의 분위기와 달리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누는 기이한 대화를 경쾌하고 익살스럽게 연결한다.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 흥미로운 이야기, 긴장감 있는 호흡 등이 살아있다.
‘개미’(1991)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타나토노트’ ‘신’ ‘웃음’ ‘제3인류’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들은 2300만부 이상 팔렸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