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금융 바로잡아 서민생활 안정 기하겠다”

입력 2019-05-26 18:23
사진=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 기조는 ‘포용적 금융’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를 포용하는 금융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금융전문가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포용적 금융이 아니라 약탈적 금융을 극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은 발의돼 있으나 금융업계의 반발이 크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돈을 못 갚는 이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국민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의원은 이같은 인식변화를 소득주도성장의 필요성과 결부시켰다. 저소득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노력하면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관대함과 공동체성이 회복된다는 주장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제 의원은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있지만 방향은 옳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높아진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도록 뒷받침할 정책이 병행됐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내부적으로도 있었다”면서도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경제구조로는 한 국가의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경제성장 답보로 국민이 평범한 삶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는 비극적 현실을 안게 된다”고 했다.

제 의원은 금융 분야에서의 성과가 알려진 것에 비해 훨씬 많다고 했다. 제 의원이 건넨 자료에 따르면 소멸 시효가 지난 금융공기업·금융사의 채권은 거의 소각됐다. 소각된 채권의 규모는 300만 명의 채권 44조 원가량이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 322만 명의 채권을 채무 조정하겠다며 출범한 게 국민행복기금인데 이행도 되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서는 죽은 채권들을 5차에 걸쳐 꾸준히 소각시켰다”고 설명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보고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포용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채권회수 실적을 평가에 포함해 국민을 쥐어짜게 했던 기존 시스템을 바꿨다는 것. 제 의원은 “현 정부는 회수 가능성이 있어도 실적을 챙기기 위해 국민을 압박하는 일이 없게끔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보고 채무조정을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무자 입장에서 개선했다는 측면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큰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이밖에 제 의원이 밝힌 성과는 ▲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범부처 보완대책 ▲ 취약 연체차주 지원방안 ▲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 ▲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방안 등이다.

그는 “현장에서는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신다”며 “채무를 가진 분들은 빚을 못 갚는 것에 대한 굉장한 실패의식과 죄의식을 갖고 계신다. 크게 얘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오래된 빚이 소각되니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관련 법안 대부분이 심의조차 되지 않고 계류돼 있는 등 입법적으로 종결을 시켜야 할 부분이 많다. 추심회사들의 횡포를 막을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 의원은 “막무가내로 쫓아다니고 망신 주고 공포감을 느끼게 해서 빚을 갚도록 하는 건 후진적이지 않나. 또 파산면책의 목적이 그 사람이 다시는 어떤 것도 시도해보지 못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경제활동 복귀의 동기를 불어넣어 줄 추심 대리인 제도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힘들지만 먹고는 살만하게 만드는 걸 ‘포용’이라고 하는 건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포용으로 가려면 상당히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믿게 하는 사회적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포용이고 그 숙제를 하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이다. 법 통과가 안 되면 행정제도로라도 풀어가겠다”고 했다.

엄예림 쿠키뉴스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