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안전·건강 포럼] “환자맞춤 정밀의료 걸맞게 치료제 접근성 높이자”

입력 2019-05-26 17:20
지난 21일 열린 ‘2019 미래 안전·건강 포럼’은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련 분야 민·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포럼 참가자들의 기념 촬영 모습.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의료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획기적’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9 미래 안전·건강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위험분담제 등 암환자들의 약제 접근성 향상 방안에 대한 열띤 논의를 쏟아냈다.

이날 ‘항암제 접근성 향상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는 “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심도 있게 모색해야 한다”며 “암치료 환경에 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폈다.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환경에 맞춰 의료현장의 치료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산정특례제도에서는 암환자 치료비의 본인부담률 5%로 보장하고,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제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효과가 입증된 약제라도 급여에 등재되지 않을 경우 환자 부담이 높아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약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의료현장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말기 환자들의 치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약제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의약품 선별급여제도’, ‘위험분담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새로운 혁신 의약품의 등장으로 의료진과 환자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는데 건강보험 급여의 지연은 치료현장의 또 다른 장애물이 된다”며 “면역항암제의 경우 다양한 암종으로 빠르게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으나 급여 적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항암 치료 패러다임을 반영한 보장성 강화 제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위험분담제(RSA)’의 확대 및 개선방안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위험분담제는 약제의 효능·효과나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 등이 불확실한 신약을 제약회사가 불확실성 일부를 분담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위험분담제 도입 5년을 넘겨 최초 선발한 약제에 대한 재평가를 앞둔 상황이다. 강 교수는 위험분담제와 관련 “위험분담제로 등재된 이후 사후평가는 다른 나라의 데이터가 아닌 우리나라 환자에 쓰였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데이터를 누가 만들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는지 추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국내 평가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의료계의 협조와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재현 교수도 위험분담제 재평가 과정에서 ‘접근성’에만 매몰된 사고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인보사 사태를 예로 들며 “인보사 사태는 기본적으로 품질에 대해 등한시한 결과다. 접근성과 함께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가장 기본인 의약품의 ‘품질’을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여동호 세엘진 마켓엑세스 이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위험분담)제도의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며 위험분담제 확대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위험분담제로 등재된 약들의 임상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여 이사는 “임상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과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위험분담제를 통해 등재가 먼저 됐을 때 이후 협상과정, 환자 안전 등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많은 것 같다”면서도 “제약사가 환자 치유에 최우선을 둔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분담제는 신속한 등재와는 거리가 멀다”며 “현재 제도로는 동일적응증과 동일계열의 약이라면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이 어려운 현실에서 환자 접근권을 우선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약제 접근성 관련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경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문재인케어’를 통해 기준비급여를 등재해도 충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3년간 나눠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세워둔 상태다”라며 “또한 질환 확대, 후발 주자에 대한 위험분담제 적용, 재평가 간소화 등의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복지부의 의견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본다. 여러 공감대를 얻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제도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암정복추진기획단장)은 이날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환자는 보험료를 더 내고 더 보장받아야 한다. 인식변화와 함께 제약사는 적정 가격 및 기금 마련을 통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선별급여제’ 확대나 등제 후 사후관리, 급여가 되기까지의 질환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