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교회’ 겉모습만 따르다 대부분 실패, 확고한 비전 세워야

입력 2019-05-24 00:04
지난해 1월 경기도 수원 예수마을셀교회에서 개최된 ‘제6회 한국셀교회콘퍼런스’에서 목회자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예수마을셀교회 제공

한국교회에선 한때 셀교회 열기가 대단했다. 셀교회에 대한 책들도 많이 쏟아져 나왔고 해외의 손꼽히는 셀교회 현장 방문도 유행처럼 번졌다. 대다수 참석자는 교회성장이 현격히 둔화하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셀교회를 새로운 탈출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셀교회가 사도행전에 나타난 성경적 교회를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사실에 진지하게 반응해 참여하는 분들도 많았다.

문제는 셀교회에 대한 열화와 같은 반응에 비해 셀교회 개척이든, 전통교회에서 셀교회로의 전환이든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셀교회로 전환하려다가 갈등이 생겨 포기하고 전통교회 스타일로 돌아간 교회도 많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셀교회의 시작은 목회자로부터

셀교회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목회자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가 셀교회 개척이나 셀교회로의 전환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나 충분한 이해 없이 몇 권의 책만 읽고 셀교회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자신이 섬기는 교회 환경과 교인들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 없이 덜컥 구역조직을 셀 조직으로 바꿔버리면서 문제에 봉착한다. 지난날 목회 경험과 전통적 교회 패러다임이 셀교회가 지향하는 성경적 교회 패러다임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따르는 경우도 있다.

목회자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교회 조직이나 프로그램을 바꾸면 교회 성장이나 어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조직이나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담임목사가 셀교회의 이면에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확신이다. 나는 이를 건강한 교회를 향한 비전이라고 말한다. 나는 개척 당시부터 교인 숫자를 그리지 않았다. 다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기도했다.

“주님, 저는 단 한 가지 소원밖에 없습니다. 장차 주님 앞에 섰을 때 이 한마디만 듣고 싶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내가 너의 수고와 눈물을 보았노라.’”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선 이 패역한 시대 가운데 숫자적인 부흥이 아닌 건강한 교회를 꿈꾸게 하셨다.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건강한 교회의 성경적 모델인 셀교회의 비전에 사로잡히게 하셨다.

목회자는 셀교회가 바로 하나님이 갈망하시는 건강한 교회라는 확신에 사로잡혀야 한다. 그러면 흔들림 없이 세상의 풍조에 휩쓸리지 않고 주변의 다양한 공격과 반대에도 굳건히 전진할 수 있다. 그럴 때 건강한 성도가 가득한,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다.

먼저 목회자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예수마을셀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나와 아내가 먼저 소그룹 중심의 셀교회 비전을 품었다. 셀교회 개척 콘퍼런스나 셀세미나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교회개척 멤버들과 함께 셀교회 가치로 교회의 토양 작업이 되도록 셀교회에 관련된 책자를 끊임없이 읽고 깊이 있는 나눔 시간을 가지며 과연 성경이 말씀하는 교회, 하나님이 갈망하시는 교회가 어떤 교회인가를 끊임없이 물었고 확신하게 됐다.

초창기 개척부터 성도들과 3박4일 겨울수련회를 갖고 셀가치 변화에 중점적으로 토양 작업을 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개척 이후 거의 3년 이상을 주일 오후 예배 때 전 교인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토론회를 했다.

또 하나, 셀교회가 성공하려면 담임목사 자신이 직접 셀그룹을 인도해가며 셀목회를 경험해야 한다. 목회자가 직접 셀그룹을 인도할 때 생기는 유익이 있다. 매주 셀그룹의 현장을 경험하면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민심, 즉 교인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건강한 셀교회에 대한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클레어런스 데이는 “실천을 통해 지식이 경험되기까지 지식 자체는 아무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했다. 담임목사는 셀그룹을 직접 인도함으로써 교인들과 공감의 시간을 갖는다. 셀리더들에게 구체적인 코칭을 해줄 수 있어 살아있는 목회현장을 경험한다.

셀교회 패러다임은 사실 기존의 한국교회 정서와 비교하면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모든 혁신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셀교회를 하려면 담임 목회자가 낮은 자리로 내려와 성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자신의 부끄러움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 것은 삼가야겠지만 말이다.

건강한 셀교회 되려면 대가 지불해야

나는 셀리더들과 함께 자주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목회자로서 가식의 옷을 벗고 시간을 함께하면서 진정한 영적 아비와 자녀의 관계를 맺는다.

교회 역사가 오래돼 무언의 전통이 형성된 교회는 더 신중하게 셀교회를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 어려운 부분들이 있겠지만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나는 셀교회가 성경적인 교회이며 건강한 교회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다. 그래서 여러 반대의견과 악조건 속에서도 한결같이 이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지금은 그 축복을 넘치게 받고 있다.

박영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