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 충돌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택시업계와 부딪히는 차량공유 업체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존중’을 얘기했다. 쏘카는 신산업의 대표 모델로 꼽히는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다. 그러자 이 대표도 공개 반박에 나섰다. 정부와 산업계가 혁신성장의 방법과 속도를 놓고 크고 작은 잡음을 빚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택시업계에 대해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지난 17일 택시기사 분신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올린 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혁신 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택시업계가 공유경제나 이런 혁신 산업으로 피해를 직접 입는 계층”이라며 “그분들에 대해서도 최소한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혁신성장 소외계층이나 피해 계층도 포용하며 가야 한다는 정부의 속내로 읽힌다. 정부는 혁신성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해관계자 대타협에 무게를 둔다. 최 위원장은 “혁신으로 뒤처지는 계층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정부로서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도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을 보고)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산업계는 혁신을 원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대타협에 회의적 시각을 보여왔다.
궁극적으로는 혁신의 속도와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가 표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성장을 둘러싼 이 대표와 정부 관계자 사이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혁신성장추진단에 민간본부장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전임 본부장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본인의 의지만 있었다면”이라고 말했었다. 지난해 말까지 민간공동본부장을 맡았던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도 “부총리 본인 의지만 있다면 혁신성장을 더 이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에도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을 접한 뒤 페이스북에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받아쳤다.
임주언 정진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