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면전서 “나이 들면 정신 퇴락”

입력 2019-05-22 19:28
바른미래당 손학규(왼쪽)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지훈 기자

바른미래당 싱크탱크 바른미래연구원의 4·3 창원 성산 보궐선거 허위 여론조사 의혹이 당내 새로운 폭탄이 되고 있다. 연구원과 여론조사 업체 사이 뒷거래, 조사 결과 조작 여부가 의혹의 핵심 쟁점이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의혹이 불거지자 사임한 연구원 부원장, 문제가 된 여론조사 업체 대표가 손학규 대표와 관련 있는 인물이라며 공론화에 나섰다. 연이은 퇴진 요구에도 버티고 있는 손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22일 허위 여론조사 의혹에 대해 “중차대한 범죄행위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본인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때 연구원을 상대로 두 차례 자체 조사를 벌였었다. 그 결과 세 차례 여론조사 시행을 조건으로 연구원과 계약을 한 A사가 두 차례만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그 가운데 두 번째 조사에서 수치 조작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총 4400만원에 달하는 연구비는 A사에 그대로 집행됐다. 손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박태순 연구원 부원장이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연구원이 제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와 모 언론사 의뢰 여론조사를 동시 공개하며 ‘수치 조작’을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A사는 연구원 의뢰 조사에서 표본 1500명·응답률 12%의 조사를, 언론사 의뢰 조사에서 표본 520명·응답률 4.7%의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표본수와 응답률, 진행 시점이 다른 두 조사 모두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 49.9%,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 25.8%,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 7.1%’라는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수치가 소수점 한 자리까지 동일한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23일 시작되는 당무감사로는 당 밖의 A사의 부정을 조사할 수 없어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일 이어지는 양측의 집안싸움은 막말 수렁에 빠지고 있다. 이날 임시최고위원회의 때 하태경 최고위원은 손 대표 면전에서 “내면의 민주주의가 가장 어렵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회의 후 “정치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형민 김용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