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날개 꺾인 한국경제… KDI도 올 성장률 2.4%로 낮춰

입력 2019-05-23 04:01

한국 경제의 두 날개라고 할 수 있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꺾이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수출 부진이 내수까지 덮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췄다. 정부 목표치(2.6~2.7%)를 밑도는 수치다.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 ‘반도체 수요’다. 두 변수의 진행 방향과 속도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2.2~2.6%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KDI는 관측했다.

KDI는 22일 ‘2019년 상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을 2.4%, 내년은 2.5%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내놓았던 전망치(2.6%)보다 0.2% 포인트나 떨어졌다.

KDI는 내수와 수출이 함께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내수(소비, 투자)와 순수출(수출-수입)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예상된다. KDI가 내다본 올해 수출(물량 기준) 증가율은 1.6%다. 지난해 발표한 전망치(3.7%)의 반 토막 수준이다. 총수출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1.6% 포인트에서 0.7% 포인트로 곤두박질쳤다.

내수도 살얼음판이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전망치)는 1.2% 포인트에서 1.1% 포인트로 조정됐다. 그나마 정부소비 기여도는 기존 발표와 동일한 1.1% 포인트를 유지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의 산업 위기로 설비투자는 성장률을 깎아먹는 것으로 예상됐다(성장기여도 0.1% 포인트→-0.4% 포인트). 내수가 위축되자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입량도 줄고 있다. KDI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수입도 덩달아 줄면서 GDP에 반영되는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시장에는 그래도 볕이 조금 들 것으로 보인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상향 조정했다. 10만명대에서 20만명대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정부 일자리사업에 따라 서비스업 고용이 증가한 점,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시장 정책 변경의 부정적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덜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KDI는 경기 부진이 내년에는 다소 나아진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2.5%를 달성한다고 추산했다. 다만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정도의 회복은 아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성장률 2.4% 전망은 향후 추이에 따라 0.1~0.2% 포인트 상향 또는 하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반도체 사이클 영향으로 내년 성장률이 상승해도 경기의 전반적 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