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對이란 강공은 전쟁 아닌 억지 차원”

입력 2019-05-22 19:37 수정 2019-05-22 23:27
사진=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의회에 출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강경책은 전쟁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무리한 증거를 들이민다고 의심을 품고 있다. 반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패트릭 섀너핸(사진) 국방장관 대행,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21일(현지시간) 상·하원에서 이란 문제 관련 비공개 브리핑을 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선박과 송유관을 겨냥한 최근 테러 공격은 이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란 정부와 시아파 민병대 간 수상한 통신도 포착됐다고 보고했다.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를 이란 인근에 전개한 건 이 정황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전쟁을 벌일 의도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는 건 이란의 도발 행동을 예방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섀너핸 대행은 브리핑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는 이란의 오판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되기를 원치 않는다. 관건은 (전쟁의) 억제이지 전쟁이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던퍼드 의장은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해외공작 조직인 쿠드스군 사령관 카심 술레이마니에게 “미국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하면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던퍼드 의장은 원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행사 참석을 위해 벨기에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의회에 출석하면서 일정 취소 사실이 확인됐다. 일정 취소가 이란 사태 변동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위기를 부풀리려는 의도로 정보를 취사선택해 공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정보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촉발할지도 모를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이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전쟁 발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입증하는 믿을 만한 정보에 따라 대응했다고 본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이 계속될 것임을 이란에 일깨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