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2세 동문이 매주 모여 음악 소통

입력 2019-05-24 18:00
최덕천 지휘자와 김대웅 단장, 김용조 재정국장(왼쪽부터)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숭실OB남성합창단’ 사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주 모교에서 동문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교제하는 모임이라면 공동체성이 더 강할 것이다. 숭실고 동문 1000여명이 등록된 ‘숭실OB남성합창단’(단장 김대웅)은 1973년 창단 이후 ‘46년 우정’을 자랑한다. 합창단은 다음 달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제39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김대웅(65) 단장과 최덕천(64) 지휘자를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합창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합창단은 숭실고 남성합창단 출신 졸업생들로 구성됐다. 최고령은 72세, 막내는 고교를 갓 졸업한 20세다. 50~60대 단원이 가장 많다. 창단 때부터 참여한 김 단장은 “시대와 관계없이 음악으로 소통한 것이 소중하다”며 “만나면 추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형과 아우 사이”라고 말했다.

최 지휘자는 “일반 음악을 했다면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회합창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며 “찬양은 생명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 이민 가서도 ‘LA숭실OB남성합창단’ ‘미국동부숭실OB남성합창단’ 등 가는 곳마다 동문이 합창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교에서 1988년부터 음악 교사로 합창단을 지도하다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서울과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합창단은 정기적으로 상호 방문해 세종문화회관, LA월트디즈니홀, 예술의전당 등에서 합동 연주회를 갖는다. 지난 6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음악회 미주공연’을 열어 감동을 선사했다.

정기연주회 무대에 서는 120여 명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숭실고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전공자는 20명 정도 된다. 최승한 최덕천 지휘자 양두 체제로 구성된다.

합창단이 지난 3월 숭실고에서 연습하는 장면.

합창단이 긴 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숭실학교 저변에 있는 음악교육 때문이었다. 숭실학교는 1897년 평양에서 미국 북장로교 베어드 선교사에 의해 개교했다. 1909년 선교사로 내한한 모우리 박사는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가 전국에서 일제히 일어날 때 미리 조직해둔 숭실의 밴드를 출동시켜 시가를 누비며 군중을 열광케 했다. 숭실학교 음악 교사였던 말스베리는 학생들에게 화성법, 대위법, 작곡법, 피아노 조율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준의 음악 교육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음악의 선구자인 김인식 김세형 박윤근 김형준, 초창기 밴드의 보급과 지도로 왕궁군악대에 공헌이 컸던 김인환,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피아니스트 김영환, 애국가를 작곡한 지휘자 안익태 등을 배출했다.

최 지휘자는 “숭실학교 후배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합창에 매료돼 있다”고 설명했다.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는 교회합창 외에도 클래식 가곡 드라마OST 등 다양하다. 단원 중 60%가 크리스천이지만 나머지 단원들은 교회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연습할 때 단원 중에 있는 목회자와 장로들이 돌아가며 기도한다. 자주 부르는 합창곡 ‘주의 크신 은혜’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게 된 단원도 있다.

합창단은 창립 50주년인 2023년 200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서는 걸 목표로 한다. 김 단장은 “문화가 전달되지 않은 지역에 찾아가 노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