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 주춤… 14년 만에 최저

입력 2019-05-22 19:26

한국 경제의 ‘뇌관’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최근 1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다. 하지만 빚이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추이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이 1540조원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대출금에 카드대금 등을 합친 이 수치는 지난해 4분기보다 3조3000억원(0.2%), 전년 동기인 지난해 1분기보다 71조8000억원(4.9%) 늘었다.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크게 잦아든 모습이다. 가계부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4.9%)은 2004년 4분기(4.7%) 이후 최저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 주택 매매거래 위축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다만 가계가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보다 빚을 지는 속도가 빠른 추이는 지난 1분기에도 변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3.9%,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인 점에 비춰 보면 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그간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가처분소득이나 명목 GDP의 증가율 이하로 만들려고 애써 왔다.

가계부채 총량의 누증 속에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들의 부채 증가가 있다는 것도 근심거리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카드와 캐피털을 막론하고 금융권 각 부문의 연체율이 완만히 상승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550만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일으키는 문제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말 자영업자의 대출 총액이 6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적으로 급격한 팽창인데, 질적으로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 대출에서 연체 및 불량 관련 지표들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한다. 지역별로는 경남과 세종시에서 연체 자영업자 비중이나 연체율이 상당히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