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야권 세력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이 승리했으나 야당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21~22일 자카르타 시내에서 벌어진 대선 불복 시위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로 100여명을 체포했다. 이날 시위 여파로 일부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고 대사관들은 문을 닫았다. 시위대 수백명은 인도네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미국대사관 근처 선거감독위원회 앞에 주로 모여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시위는 초반에 평화 행진으로 시작됐으나 21일 밤부터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폭죽을 던지고 경찰 기숙사 인근에 주차된 차량 10여대를 불태웠다. 현지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쏴 시위 진압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와 경찰은 서로 폭력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30대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아 숨졌고, 일부 부상자는 어깨와 종아리 등에 총격을 입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경찰청은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에게 실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시위 주동자 대부분이 자카르타가 아닌 타 지역 출신이며, 시위 현장에선 600만 루피아(약 49만원)가 든 돈봉투를 여럿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정 조직이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계획적으로 시위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데디 프라세툐 경찰청 대변인은 “대선 불복 시위를 악용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는 22일 오전부터 차츰 잦아들었지만 야권 지지자들이 계속 자카르타에 모이면서 다시 불붙을 조짐이 보인다. 한 시민은 “우리는 조코위가 퇴진할 때까지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번 시위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상대 후보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의 지지자들이 시작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선거 결과 득표율 55.5%를 얻은 조코위 대통령에게 11% 포인트 차로 패배했었다. 그는 대선 직후 “정부와 여당은 개표 결과 조작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야권 지지 단체들은 불복 집회를 예고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인도네시아 당국은 폭력 사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3만명 이상의 군경을 배치하고 자카르타 시내 보안을 최고 경계 수준으로 높인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