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에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자율주행·친환경·차량공유를 비롯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자동차산업을 대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기존 생존 전략을 고집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회사 간판을 내리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20일(현지시간) 직원 7000명을 감원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포드는 연간 6억 달러(7100억원)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8월까지 인력 구조조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11억 달러로 떨어지자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지난해 11월부터 공장 7곳을 폐쇄하고 직원 1만4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 회계연도에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올해 안에 4500명을 감원키로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BMW, 일본 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의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1일 자동차 생산 국가의 1분기 생산대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은 95만7402대로, 멕시코의 102만9615대보다 적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었던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에 6위 자리를 넘기고 7위로 주저앉았다. 멕시코와 한국의 자동차 생산대수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르노삼성차 부분파업, 신규 자동차 공장 유치 실패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친 결과다. 지난 11개월 동안 끌어온 르노삼성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노조원의 찬반 투표로 부결됐다. 현대차 국내 공장들은 지난해 4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보다는 해외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며,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위상이 추락한 한국 자동차업계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재기 불능의 상태로 떨어질 게 뻔하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경영 악화는 협력업체들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자율주행차, 전기·수소차 시대에 대비하는 특단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설] 미래 대비하는 세계 자동차업계… 위상 추락한 한국
입력 2019-05-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