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다. 23일 추도식에는 여권 핵심 인사들이 총집결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은 참석 계획이 없다. 그만큼 여야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얘기다. 야당을 탓하기에 앞서 여권이 좀 더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서를 남겼다. 누구보다 통합의 정치를 갈망했던 노 전 대통령이다.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야당과의 대연정 구상 등 협치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협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각각 지지세력을 결집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대통령을 막말로 공격하더라도 대통령은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게 통합의 정치다. 야당이 막말을 퍼붓는다고 해서 야당과 똑같이 대응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독재의 후예라고 공격하기보다 협치와 화해의 물꼬를 틀 생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도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하고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왜 왔겠는가.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은 진보 세력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 파병을 했다. 부시 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다. 노 전 대통령은 결코 지지세력만 바라보고 국정 운영을 하지 않았다. 진보 진영이 극도로 싫어하고 보수 진영이 환호하는 정책을 국익과 실용을 위해 시행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세력의 극심한 반대 속에 밀어붙였다. 국익과 실용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정책조합을 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지지세력이 극도로 반대하는 정책을 단 하나라도 시행해 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책만 시행하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정부는 이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가.
[사설] 文,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 약속 지켜가고 있는가
입력 2019-05-23 04:01